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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단순한 사람이라 삶도 단순하기에 아무런 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만큼 바빴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여전히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짜증나기도 하며, 적당히 외롭다. 젠장.
학원 일은 점차 아이들이 내게 적응해가면서 어린 아이들의 활동적인 모습을 본받기는 커녕 내 정기를 빼앗기고 있는 수준이라 육아는 물론 결혼에 대한 회의까지 몰려올 지경이고. 한달 전 소개팅을 했던 여자와는 이 삼일에 한번 정도 문자를 보내고는 있지만 그쪽이 워낙 바쁘셔서 한동안 얼굴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것도 맘 한구석에는 영영 못볼 것 같지만 비참한 삶에 비빌 언덕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일부러 낙관적으로 봤을 때 얘기고. 또 영어 공부 한답시고 주위에 떠벌였지만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학원도 안 다니고 있다. 다음주에는 주말반이라도 등록해서 어떻게든 시작해 봐야 하는데. 이런 저런 핑계나 약속으로 주변 사람들 얼굴 본지도 한달이 다 되어간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학원 일을 시작하면서라고 하기에는 내 스스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조급한 마음만 가득한 것 같다. 아무튼, 내 스스로가 좀 달라질 필요를 느끼는 중이다. 4년 전에 여자에게 차이고 술에 취해 한강 다리를 달리면서 니가 후회할만한 멋진 남자가 되겠다는 다짐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다. 뭐, 내 성격에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 발표하는 음반의 장수가 많아지면서 날 생선처럼 비릿하지만 신선하다고 느껴졌던 음악은 점차 조미료맛이 느껴지는 무난한 음악으로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넬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있고, 그들만이 위로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세게 틀어놓아 결국 세면대를 넘치게 하는 수도꼭지처럼 과잉된 감정을 표현해주는 밴드. 가끔 찾아와서 세상 모든 것이 나를 공격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춘기적 감성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 밴드는 필요하다. (물론 '인어의 별' 같은 음악은 다신 안 나올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하다. 실은 많이.)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가장 마음에 든 트랙은 1:03.
내 인생과 교육은 인연이 없는 줄 알았는데, 요즘 학원에서 수학 선생 일을 하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인 필요와 부모님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지다가 가까운 학원의 공고를 보게 되었고, 시간도 적절하고 막힘 없이 수학 문제를 풀던 때의 자신감으로 주저없이 지원했다. 솔직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이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수학 어려운 거야 책 보고, 문제 풀며 공부하면 될텐데, 아이들을 다루는 일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B형으로 감정 변화는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신했는데, 아이들 앞에서는 한수 접어야 할 정도로 감정 변화가 빠르고 1초 후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런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아무리 평등하게 보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말 잘 듣는 이쁜 아이들과 장난칠 궁리만 하는 미운 아이들로 나누게 되고, 나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떻게든 이해시키려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다. 또 활동적인 아이들에 맞춰가려니 정신적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남는 시간에 외국어나 전공 공부를 더 하려고 했지만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적응하기 전까지는 다른 일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앞으로 두 달 간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잘 구슬리고 달래가며 공부시킬지 고민하고 배워야 할 정도니까. 오늘도 내게 지우개를 던지며 장난을 거는 아이에게 참지 못하고 그만 큰소리를 쳤는데, 혹시 그걸로 상처는 받지 않았을지 계속 마음 한켠이 답답하다. 내일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지금도 고민 중이고. 뭐, 이주일 정도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벌써부터 페스탈로치 흉내내는 것은 아니고, 다만 이 아이들의 미래에 내가 수학을 제외한 어떤 영향도 끼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나중에 학생이 찾아올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하시지만 그건 좀 많이 부담 되고, 난 그저 아무 탈 없이 지내면서 수학만 잘 배워 나간다면 바랄 게 없다. 좋은 영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나쁜 영향만 끼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 그래도 문제 풀라고 했더니 '근데요~' 하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 하고, 연습장으로 쓰라고 준 종이에 신규쌤이라며 닮지도 않은 그림를 그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걸 보면 전생에 교육과 옷깃 정도는 스쳤었나 보다. 아니면 그만큼 아이들이 영악하거나. 뭐, 어느 쪽이라도 쉽게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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